
친구의 추천을 받아 듣게 된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오디오북.

세 달만에 오디오북 완청했다. 너무 재미있어서 인상깊은 구절 나올 때마다 따라 적기도 하고, 전자책 펼쳐서 하이라이트도 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생김새, 종족, 고향, 직업.
모든 게 다르지만 성격만은 참 비슷했던 두 헌신적인 바보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
난 이처럼 선의가 선의로 돌아오는 이야기들을 참 사랑한다.
세상은 악의로 가득하고, 때로는 너무 심해서 착한 게 사는 것이 오히려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인류가 발전하고, 지금과 같은 영광을 누리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데에는 끊임없이 인간성을 추구하고 선함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주인공 그레이슨 박사는 죽음과 희생을 두려워하고, 무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그저 분자생물학에 소양이 있던 과학자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가 지구를 구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또 그 누구보다 영웅처럼 느껴졌던 이유는 오로지 그의 '선함' 때문이다.



우주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그레이슨 박사와 똑닮은 외계생명체를 만나 놀라고, 소통하고, 유대를 쌓고, 서로를 살리고, 더 나아가 행성을 구원하는 기가 막힌 모험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선함'이 생존에 불리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실상은 역사의 어느 장면에서도,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과학 발전의 연대기 속에서도, 타인을 향한 희생과 배려는 언제나 가장 강력한 생존의 동기가 되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앤디 위어 특유의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 좋다.


소설도 좋았지만, 오디오북이 참 잘 나왔다. 비협회 성우분들이었는데도 캐스팅이 찰떡 같고, 성우 분들께서 맡은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해 주셔서, 여러 장면에서 먹먹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오죽하면, 성우 분들만큼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들이 배역을 살리지 못할까봐 걱정이 될 정도이다. 특히나 주인공 그레이슨 박사의 연기와 사랑스러운 우주 괴물 로키의 성우 분들이 너무나 찰떡이었다.
사실상 친구의 추천이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소설이라 (마션 그저 그랬음^^;;) 추천해준 친구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인류애 차오르는 유괘한 소설, 심장이 웅장해지고 벅차오르는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추천한다.
앤디 위어의 <프로젝트 헤일메리>

체셔 크로싱은 앞서 소개한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마션을 쓴 작가인 '앤디 위어'가 직접 그린 유일한 만화책이다.
두 유명한 SF작품에서 앤디 위어가 인류애가 차오르는 이과적 상상력을 뽐냈다면, 해당 만화는 철저하게 오타쿠 자아를 발현시켜 만든 팬만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앨리스, 도로시, 웬디 세 명의 소녀이다.
(우리가 아는 그 유명한 세계명작의 주인공들 맞다ㅇㅇ)
세 소녀는 각각 원더랜드, 오즈의 나라, 네버랜드라는 이세계로 갈 수 있는데, 덕분에 현실에서는 미쳤다는 누명을 쓴 채 정신병원이나 교정소 같은 곳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다.
소녀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고, 그들이 진짜로 마법능력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러더퍼드 박사는 세 명을 저택으로 초대한다. 그렇게 한 곳에 모이게 된 소녀들은 마법의 세계를 넘나드는 모험을 펼치게 된다-!
가 바로 이 책의 줄거리라고 보면 된다.


쨌든 전개가 좀 빠른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고전 명작 동화들의 다크한 버전을 보는 느낌이라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뭣보다 여캐들이 다들 강인하고 한성깔 하는 캐들뿐이라 좋았음;;








어째서 악역들이 가장 섹시한가...
킬링타임용 만화로 나쁘지 않았다. 세 작품의 크로스오버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 다만 이나앨, 오즈, 피터팬 셋 중 한 작품이라도 보지 않았더라면 작품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없기에, 해당 만화를 시도해 보기 전 세 소설을 먼저 끝내고 올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을 펼쳐볼 정도로 도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세 작품 중 하나라도 빠트렸을 리가 없을 것 같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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